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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짐승도 사물도 사람도 한날한시에 맞은 양력 새해 첫날... 저는 올 한해의 화두를 “바위처럼[如巖]”으로 정해보았습니다. 한해가 얼마나 행복할지는 각자가 만들어가야 할 영토가 되겠지요. 모쪼록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양력 새해 첫날에 태헌 재배.
고운 밥 전윤호 신도 동네마다 이름이 달라 다르게 부르면 해코지하는데 밥은 사투리가 없다 이 땅 어디나 밥이다 함께하면 식구가 되고 혼자 먹어도 힘이 되는 밥 어떤 그릇을 놓고 어떤 수저를 펼쳐놓든 김이 오르는 밥 앞에서 모두 평등하니 이보다 귀한 이름이 더 있겠나 논이 부족한 제주도에서 쌀밥은 아름다워 곤밥이라 부른다니 사랑하는 사람이여 우리 밥이나 함께하자 양력 2022년을 보내며 님에게 추천할 시로 아래 시를 골라보았습니다. 밥이 하늘임을 겸허하게 인정하면서 님의 멋진 새해를 기원합니다. 새해에 다복하시기를~~~ ^^ 태헌 재배
이웃사촌 서정홍 살아 있는 사람 수보다 뒷산에 무덤 수가 더 많은 산골 마을에 부부가 사는 집보다 혼자 사는 할머니가 더 많은 산골 마을에 올해 여든두 살인 박골 아지매는 자고 일어나면 버릇처럼 달려간다 혼자 사는 아흔 살 큰들 아지매 집으로 아지매, 나요 나! 일어났능교? 행여 새벽녘에 돌아가셨을까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에서 그게 남의 일 같지 않아서
戱詩(희시) ‧ 人生七十(인생칠십) 太獻(태헌) 人生七十多多世(인생칠십다다세) 七十何能稱老翁(칠십하능칭로옹) 今時各里耆堂裏(금시각리기당리) 七十祗看做使童(칠십지간주사동) 희시 ‧ 인생 칠십 인생 칠십이 많고 많은 세상에서 칠십이 어찌 노인네로 칭해질 수 있을까? 요즘 시절엔 각 마을 경로당에서 칠십은 그저 심부름하는 애로 여겨질 뿐…
겨울 이야기 김민지 군불 들어 방바닥이 까맣게 눌었던 장판 위에 자식들 옹기종기 앉혀 놓고 잿더미 사이 넣어두어 숯검댕이 된 고구마를 새까만 손으로 껍질 까서 자식들 입에 넣어주던 우리네 어머니 방안 화롯가에도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정지 아궁이 앞에서도 웃음꽃이 피어나고 겨울은 화롯불을 안고 환한 웃음들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정겨움이 있었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풀어헤친 이야기 보따리로 겨울 이야기가 펼쳐졌다 * 정지는 경상도 방언입니다.
동지 신덕룡 폭설이다. 하루 종일 눈이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이 지워졌다. 눈을 감아도 환한 저 길 끝 아랫목에서 굽은 허리를 지지실 어머니 뒤척일 때마다 풀풀, 시름이 날릴 테지만 어둑해질 무렵이면 그림자처럼 일어나 홀로 팥죽을 끓이실 게다. 숭얼숭얼 죽 끓는 소리 긴 겨울밤들을 건너가는 주문이리라. 너무 낮고 아득해서 내 얇은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눈 그늘처럼 흐릿해서 들여다볼 수 없다.
배꼽 민숙영 신비한 보석을 보듯 솜에 싸아 간직한 배꼽을 본다 천륜이라는 부모 자식간의 사이 그 질긴 인연의 흔적을 배꼽으로 남기고 가끔씩 은밀히 들여다보는 보석이여 빛나는 금강석이 제 아무리 값지다 해도 이 세상 하나밖에 없는 생명의 근원 그 무엇에 비하랴 사람이여 사랑하는 사람이여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사는 모정이 그리울 때 어머니의 젖가슴을 생각하며 배꼽을 확인하라 나는 누구의 자식이며 우리의 부모는 안녕하신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