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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2026년 9월 9일 (수)283번째 이야기 마중과 배웅저문 강변에 뿔피리 소리 울리면사또 행차에 꼬마들 우르르 모여드네외진 곳에 발자국 소리 몹시 반가우니먼지 닦고 버선발로 마중하지 않으랴서창에서 심지 돋우니 오랜 우정 알겠고남악에서 창수하니 귀한 마음 감사하네한가한 정취 글에 담을 뿐이니백제성 편지 흉내 낼 일 있으랴 日夕江天畫角鳴 일석강천화각명村童爭覩使君行 촌동쟁도사군행逃空不啻聞跫喜 도공불시문공희掃榻寧辭倒履迎 소탑영사도리영燭翦西窓看舊意 촉전서창간구의詩傳南嶽謝高情 시전남악사고정閑中記實唯文字 한중기실유문자豈效飛書白帝城 기효비서백제성 - 이소한(李昭漢, 1598~1645), 『현주집(玄洲集)』 「광주 부윤 홍진문이..
(커피잔) 삶 (커피잔)우리는 모두 각자의 계절을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봄처럼 설레던 시절도 있었고,여름처럼 뜨겁게 달리던날들도 있었으며,가을처럼 깊어지던 시간도,겨울처럼 고요히 견디던순간도 있었지요.살아온 세월은결코 가볍지 않습니다.웃음 뒤에 눈물이 있었고,성공 뒤에 좌절이 있었으며,만남 뒤에 이별이 있었습니다.그 모든 시간을견디고 건너온당신은 그 자체로한 권의 두꺼운 책입니다.아직 다 읽히지 않은 여전히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는 이야기입니다.젊음은 속도였지만,지금은 깊이입니다.예전에는 앞만 보고 달렸다면,이제는 옆도 보고,뒤도 돌아보고,하늘도 올려다볼 줄 압니다.이 깊이는 세월이 준 선물입니다.나무가 오래될수록 나이테가 촘촘해지듯,사람도 오래 살아낼수록마음의 결이단단해집니다.혹시 요즘, 몸이 예전 같..
노익장 🎄강태공은 80에 세상에 나와서 주나라 800년 기틀을 잡았다.어릴 적, 강가에서 잡은 송사리를 마당 연못에 풀어놓고 열심히 밥을 줬다.“송사리야, 빨리 커서 잉어가 되라.”그때 같이 살던 사촌형이 비웃으며 말했다.“이 바보야, 피라미나 송사리는 아무리 밥을 많이 줘도 절대 잉어가 될 수 없어 그것도 몰랐냐?”그는 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왜 송사리가 크면 잉어가 될 수 없는 걸까.마치 소년의 꿈처럼 언젠가 송사리가 잉어가 되리라 굳게 믿으며 매일매일 연못가에서 송사리에게 밥을 주었다이 세상에는 불가사의한 일이 많다.특히 과학과 의학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1995년 미국 사이언스지에 실린 글이다.미국의 미드 오숀 호수에 살고 있는 물고기는 수컷이 수백 마리의 암컷 물고기 떼의 ..
백로 소묘박인걸정수리에서 맴돌던 태양이건넌 마을위로 비켜가고수척해진 능소화가씁쓸한 미소를 짓는다.태풍에 휘둘린 잡초는세탁해 낸 빨래 같고벌레에게 뜯긴 나뭇잎 마다호흡곤란을 겪고 있다.짙푸르던 미루나무는담즙이 막혔나 황달을 앓고꼿꼿하던 억세 풀도제풀에 주저앉는다.뭉게구름이 걸레질을 해서일까하늘은 만년설 호수가 되고쓰르라미 사라진 숲은거룩한 고요가 흐른다.텃밭 고추는 바람이 주물러 익히고해바라기에 감긴 줄 콩을가을 햇살이 어루만진다.시멘트 화단의 사루비아가가을옷을 입고 맘껏 뽐내지만내일 내릴 새벽이슬에오들오들 떨까 걱정이다.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옛날 옛날아주 가까운 옛날시계가밥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추워도 함께 추웠고배고파도 함께 배고팠다검정 솜이불 한 채에식구들이 몸을 맞대고서로의 온기로 겨울을 건너던 밤집에서 태어나집에서 웃고집에서 마지막 숨을 놓던 시절일그러지고찌그러지고뒤통수까지 훤히 벗겨진 거울 앞에서바리깡 한 번 지나가면상고머리도 되고빡빡머리도 되던 시절‘쥐를 잡자’‘저축의 달’‘불조심’‘방공방첩’가슴팍에 표어 하나 달고나라의 걱정까지함께 짊어지고 살던 시절신문지 한 장이면모자가 되었고비료 포대 한 장이면무엇이든 만들어졌다측간에 앉아신문지를 읽으며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았고밤이 깊어지면천장 위 쥐들의 운동회 소리에잠을 청하던 시절남자가 미장원에 가면괜히 눈총을 받았고여자는 겨드랑이털 하나에도세상의 시선이 따라붙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