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2025. 1. 18. 20:34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거시기

이대흠​

   고희의 언덕을 오르며 아버지는 거시기라는 말을 자꾸 내뱉는다 아버지에게는 아내도 아들도 거시기가 되고 염소도 경운기도 거시기가 된다 거기에 익숙해진 우리는 아야거식아 소리에 예예 대답을 한다 어떤 사람은 나의 이름이 거시기가 된 것이 우스워 웃기도 하고 형제들 여럿 있을 때 이구동성 대답하면 도대체 누가 거시기냐고 묻기도 한다 이 거시기는 지독한 것이어서 소 밥 주고 오라는 얘기가 아버지 입을 거치면 거식아거시기거시기좀주고오그라이가 된다 아버지에게는 개똥과 하눌님이 거시기이고 모든 행위까지 거시기이다 거시기가 이 세상의 처음이고 끝인 아버지는 아무리 어려운 일도 거시기하면 되재 그런다 마을의 골목길 포장 문제에서부터 남북문제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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