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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복사꽃 아래 저녁 본문
복사꽃 아래 저녁
최재영
복사꽃 나무 아래서 고기를 굽는다
봄 기운 선연한 나무 그늘로
삼삼오오 사소한 추억들이 모여들어
상추쌈을 크게 한 입씩 우겨넣는다
우적우적 도화꽃의 지나는 청춘을 씹어대며
한잔 세월을 주거니 받거니
지나간 모든 날들이 폐허라고
당장 폐기처분해야 마땅하다고
입 안의 고기가 튀어나올 듯 떠들어댄다
매캐한 냄새를 들이마시며 꽃나무가 쿨럭거린다
한창 빛나는 시절을 피워내는 중이라며
한 잎의 생이 고깃점 위에 떨어진다
화들짝, 어느 적멸이 이리 가볍고 뜨겁더냐
열렬한 연애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후일담까지
지글지글 고기판 위에서 익어가는데
구름들은 죄다 역마살 낀 죄인이다
누군가 불콰해진 얼굴로 성토하자
끄덕이며 또 한 잎이 떨어져 내린다
향기로운 모가지 처연한 꽃나무 아래서
몇 생이 흘러간 듯
아니 누가 지나는 청춘이고
내게 오는 꽃시절인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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