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우렁각시 다녀가시다 본문
우렁각시 다녀가시다
조향미
아침에 출근하고 나면 종일 잠겨 있는 집
저녁에 문 열고 들어와 둘러보니
무언가 다르다
부엌에 냄비들이 반질반질 윤나게 닦여 엎어져 있고
뒤 베란다엔 음식물 쓰레기통이 보얗게 말라 있다
목욕탕 타일 틈새는 하얀 선이 뚜렷하고
주전자 가득 보리차는 아직도 따뜻하다
냉장고엔 산초 향내 알싸한 새 김치가 한 통
어떤 우렁각시가 다녀갔는지 나는 금방 알아챈다
무얼 먹고 사는지 썰렁한 냉장고엔 물 한 병 없고
태울 줄만 알지 닦을 줄 모르는 냄비는 개수통에 담겨 있었다
한밤에 들어왔다 아침에 나가는 집은 청소도 주중 행사다
칠십 평생 혼자 동네 밖에도 나간 일 없고
담장 넘는 큰소리 한번 내본 적 없는 어머니에겐
딸의 업무와 생애가 불안하다
면전에 잔소리 한마디 쉽지 않아
가끔 이렇듯 빈집을 보얗게 닦아놓고 가신다
집이야 좀 더러웠지만 오늘 점수는 자신 있다
냄비에 국 있고 밥통에 밥 있는 걸 보셨으니
밥은 해먹고 사는구나 안심하셨을 테지
'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를 내리며 (0) | 2024.04.28 |
---|---|
복사꽃 아래 저녁 (0) | 2024.04.28 |
오늘이 곡우절(穀雨節)인지라.....♧ 차나 한잔 (1) | 2024.04.20 |
꽃단추 (0) | 2024.04.20 |
空山春雨圖(공산춘우도) (0) | 2024.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