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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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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지하철에서

감사공 2023. 2. 12. 08:53

지하철에서

고두현

  
잘못 내린 역에서 돌아가려고
남들 다 빠져 나온 출구
되짚어 들어가는데
이 길 먼저 지나간 사람들
뒷모습이 하나씩 지워진다.

여기까지 나를 밀고 온 세월과
예고 없이 길을 막던 차단기
앞만 보고 걸어온 삶이
이토록 가볍게 지워지다니

터널 지날 때마다
언뜻언뜻 비치던 얼굴들도
아하,
거미줄 같은 땅 밑 길
몸 낮추고 보폭 줄이며
느리게 걷는 법 가르쳐주려고
날마다 거울 저 쪽에서
그렇게 손짓하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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