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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나에게 묻는다 본문
나에게 묻는다
오봉옥
바다를 닮지 않은 어부가 어디 있으랴
산 사나이는 산을 닮아가고
농부는 땅을 닮아가다 땅이 된다
작가도 마찬가지
책더미에 파묻혀 살다가
책이 되어 죽는 게 작가의 운명이다
넌 어떤 책으로 남을 것이냐
더는 혈관 속 피처럼 뜨겁지 않고
더는 칼날처럼 날카롭지도 않은데
누가 와서 네 책갈피를 접고
밑줄을 그어줄 것이냐
언젠가 해금된 지용과 백석의 시집처럼
세상엔 귀퉁이가 너덜너덜 떨어져 나가도록
읽고 또 읽어야 할 책도 많은데
누구 하나 긴장시키지 못하고
누군가의 밧줄 한 번 되지 못하면서
어쩌자고 책으로 서 있는 것이냐
너에게 묻는다
피 한 톨 돌지 않는 장식용 책이나
읽지도 않고 버릴 쓰레기로 살 것이냐
아님 이삿짐 쌀 때 마지막까지 챙길
가슴 뜨거운 책으로 살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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