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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감자의 몸 본문

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감자의 몸

감사공 2023. 2. 24. 11:23

감자의 몸

길상호


감자를 깎다 보면 칼이 비켜 가는 
움푹한 웅덩이와 만난다
그곳이 감자가 세상을 만난 흔적이다
그 홈에 몸 맞췄을 돌멩이의 기억을 
감자는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벼랑의 억센 뿌리들처럼 마음 단단히 먹으면 
돌 하나 깨부수는 것 어렵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뜨거운 하지夏至의 태양에 잎 시들면서도 
작은 돌 하나도 생명이라는 
뿌리의 그 마음 마르지 않았다
세상 어떤 자리도 빌려서 살아가는 것일 뿐 
자신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감자의 몸은 
어두운 땅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웅덩이 속에 
씨눈이 하나 옹글게 맺혀 있다
다시 세상에 탯줄 댈 씨눈이 
옛 기억을 간직한 배꼽처럼 불거져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독을 가득 품은 것들이라고 
시퍼런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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