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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개한테 배우다 본문
개한테 배우다
복효근
동네 똥개 한 마리가
우리집 마당에 와
똥을 싸놓곤 한다
오늘 아침 그 놈의 미주알이
막 벌어지는 순간에
나는 신발 한 짝을 냅다 던졌다
보기 좋게 신발은 개를 벗어나
송글송글 몽오리를 키워가던 매화나무에 맞았다
애꿎은 매화 몽오리만
몇 개 떨어졌다
옆엣놈이 공책에 커다랗게
물건 하나를 그려놓고
선생 자지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킥킥 웃었다가
폐타이어로 만든 쓰레빠로
뺨을 맞은 국민학교 적이 생각나
볼 붉은 매화가 얼마나 아팠을까 안쓰러웠다
나도 모름지기 국가에서
월급 받는 선생이 되었는데
오늘 개한테 배운 셈이다
신발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고,
매화가 욕을 할 줄 안다면
저 개 같은 선생 자지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