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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블루스 본문

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모란 블루스

감사공 2025. 2. 15. 19:39

모란 블루스

박완호

모란 장날 저녁,
분당선 철로를 끼고
칠순은 되어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유리창에 들러붙어 서로를 향해
애타게 손을 흔들더니, 전화기에 대고
잘 들어가, 응, 조심해서,
남들이야 보든 말든
물기 촉촉한 말투를 주고받으며
등나무 마른 거죽에 핀
연보라꽃무늬 잔잔한 수화를 날린다
둘의 목소리를 집어삼키는 신호음을 따라
양쪽의 열차가 나란히 멎었다 출발하고
멀어져 가는 열차의 꽁무니를 쫓던
사내의 눈길에
잠깐 물방울꽃이 피었다 질 때
그의 눈가에 맺혀 있던 주름 하나가
내게 옮아온 것 같은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핸드백을 뒤져가며 전화기를 찾던
나이 든 여자의
한쪽 볼에 피었던 꽃송이가
한참이 지나도록 시들지 않고 있다
사내의 물방울꽃과 겹쳐지는 찰나,
그 눈부신 풍경 속에 나도
꽃나무 한 그루로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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