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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출가하는 자작나무 ㅡ 백담사 가는 길 본문

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출가하는 자작나무 ㅡ 백담사 가는 길

감사공 2025. 2. 15. 19:35

출가하는 자작나무
   ㅡ 백담사 가는 길

권혁웅

눈을 뒤집어쓴 자작나무가 
자작, 자작 도열해 있는 이 흑백의 풍경, 
어디선가 본 듯 하다
겨울 햇빛이 산등성이 나무들에
빗살을 긋고 있다
산은 오래 전의 토기 같다,
여기에도 열매를 모으고 고기를 구워
일가를 거두었던 꿈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方外(방외)의 시절을 달래기 위해 
이곳에 오지는 않았다 내가 가는 곳마다 
杜門(두문)이나 不出(불출)이 있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저 눈의 성채들,
나의 내면은 저 산의 외면이었으므로
도열한 자작나무처럼 
나는 오래 배경이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산은 
제 안을 헐어 나무들을 내보내고 있다 
햇살에 몸을 열어 질척이는 길을 
세상에 放生(방생)하고 있다
출가하는 겨울의 긴 꿈으로
자작, 자작, 나무들이
잠 못 이룬 채 뒤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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