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산사춘(山査春) 본문
우리나라의 술중에 산사춘(山査春)이란 술이 있습니다.
아가위열매를 뜻하는 ‘산사(山査)’열매로 만든 술인데 왜 술 이름에 봄 춘(春)자가 들어 갔을까요?
이 춘(春)자가 들어간 술은 산사춘 뿐만이 아닙니다. 전북 여산(礪山)의 특산주인 호산춘(壺山春: 최근에는
비슷한 이름의 호산춘(湖山春)이란 경북 문경 장수황씨 문중 술도 시중에 나와 있음)이 있고,
서울 약현(藥峴)의 토속주인 약산춘(藥山春), 그리고 평양에도 벽향춘(碧香春)이란 민속주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처럼 술 이름에 봄 춘(春)자를 쓰는 전통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요?
당나라 말엽 사공도(司空圖)란 시인은 시의 품격을 24개로 나누고
그 각각의 품격을 노래하는 유명한 <24시품(二十四詩品)>이란 시를 씁니다.
이중 6번째 품격을 나타내는 ‘전아(典雅)’편을 보면 다음의 표현이 나옵니다.
玉壺買春 옥항아리 술병엔 ‘봄(春)’을 사 담고,
賞雨茆屋 초가집에서 내리는 비를 감상하네
坐中佳士 자리엔 좋은 친구들 있고
左右修竹 좌우엔 쭉쭉뻗은 대나무 숲...
이 첫 구절의 매춘(買春)은 ‘봄을 산다’는 의미가 아니라,
앞에 옥으로 만든 술항아리란 단어가 있으므로 명확히 ‘술을 산다’라는 의미임이 확실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성매매(性賣買) 의미로 사용하는 ‘매춘(買春)’이란 용어가 이처럼 원래는
술을 산다는 의미였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어쩌면 술과 성행위가 그만큼 가까운 관계라는
증빙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술 이름에 봄 춘(春)자를 쓰는 전통은 당(唐)나라 때부터 시작이 되었는데,
당나라시대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흥분되는 것이 마치 긴 겨울을 지나고
봄을 맞는 것과 같다고 인식, 봄 춘(春)자를 술 이름에다 붙이기 시작합니다.
당시 유명했던 이런 ‘춘’자 이름의 술들은 부평(富平) 석동춘(石凍春), 영양(滎陽) 토굴춘(土窟春),
운안(雲安) 곡미춘(曲米春), 항주(杭州) 이화춘(梨花春), 영중(郢中) 부수춘(富水春),
활현(滑縣) 빙당춘(冰堂春: 이 술은 당나라 第一名酒로 유명)등등 수없이 많습니다.
이중 사천성 검남(劍南)에서 나는 검남춘(劍南春)은 당시부터 황실에 조공(朝貢)된 공주(貢酒)였으며,
오늘날까지 전통이 전해져 중국에서는 현재 마오타이(茅台酒), 우량예(五糧液), 지엔난춘(劍南春)
이 3가지 술이 천하 3대 명주로 불립니다.
이 3가지 술 앞글자를 따서 모오검(茅五劍)으로도 불린다고 하네요.
한편 과거 중국에는 독한 독주(毒酒)들도 유명했습니다.
‘초주곤인삼일취(楚酒困人三日醉)’, 즉 ‘초나라 술을 마시면 3일 동안 취한다’란 표현이
송나라 진여의(陳與義)란 시인의 싯구에 등장할 정도인데, 이것도 약과입니다.
<낙양가람기(洛陽伽藍記)>의 기록을 보면 학상주(鶴觴酒)란 술이 있는데,
이 술을 마시면 ‘한 달이 지나도록 깨어나질 못한다(經月不醒)’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다음의 ‘천일취(千日醉)’란 기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위진남북조시대 장화(張華)의 <박물지(博物志)>엔 다음의 기록이 나옵니다.
예전에 유현석(劉玄石)이란 사람이 중산(中山)의 술집에서 ‘천일취(千日酒)’란 술을 마셨는데,
취한 채로 집에 돌아오니 집안사람들이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일단 장례를 치렀다.
그런데 술집에서는 3년정도 지나, 유현석(劉玄石)이 3년 전에 ‘천일취’를 마신 것을 기억하고
그의 집에 가서 무덤을 파고 관을 개봉하니 그제야 유현석(劉玄石)이 깨어났다고 한다.
그뒤로 ‘현석음주(玄石飲酒), 일취천일(一醉千日)’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千日醉”得名於張華的《博物志》。“昔劉玄石於中山酒家沽酒,酒家與千日酒,忘言其節度。
歸至家當醉,而家人不知,以爲死也,權葬之。酒家計千日滿,乃憶玄石前來沽酒,醉向醒耳。
往視之。雲玄石亡來三年,已葬。於是開棺,醉始醒。俗雲:‘玄石飲酒,一醉千日。
이 황당한 얘기는 <수신기(搜神記)>란 책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한가지 더욱 황당한 얘기는, 당시 유현석(劉玄石)의 무덤을 파서 관 뚜껑을 여는 순간
유현석(劉玄石)의 술기운을 흡입한 인부들이 이후 3개월 동안 취해 누워있었다(“亦各醉臥三月”)란 기록이
더 추가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일화가 구전되어 널리 퍼지자 당시 각 주점들은 호기심 많은 주당(酒黨)들을
호객하기 위해 앞 다투어 이 “千日醉”란 깃발을 내걸 정도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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