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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족보를 가진 민족우리 민족은 족보(族譜)를 잘 정리해 온 유일한 전통의 나라이다. 자기의 혈통과 출신을 알려주는 중요한 작용을 한다. 자기의 역사인 동시에 한 집안의 역사다. 타향에서 같은 성(姓)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어느 할아버지의 자손이고, 자기와 몇 촌 간인지 알려고 하며 친해져서 서로 도움을 주려한다, 독일의 세계적인 사회학자 보르노 박사는, “한국은 다른 것은 할 것 없고 한국인의 족보를 잘 지켜나가면 됩니다.”라고 족보를 가진 것을 부러워했다. 국가와 사회와 가정의 질서를 잡아 주고 개인을 도덕적으로 바른 길로 인도하는 족보의 기능을 높이 평가했다.“내가 이런 언행을 하면 조상들에게 욕이 되지 않을까? 먼 훗날 나의 후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라고 한번 더 생각하고 돌아본다.족보라는 ..
자두이상국나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대학 보내달라고 데모했다먹을 줄 모르는 술에 취해땅강아지처럼 진창에 나뒹굴기도 하고사날씩 집에 안 들어오기도 했는데아무도 아는 척을 안 해서 밥을 굶기로 했다방문을 걸어 잠그고우물물만 퍼 마시며 이삼일이 지났는데도아버지는 여전히 논으로 가고어머니는 밭 매러 가고형들도 모르는 척해가 지면 저희끼리 밥 먹고 불 끄고 자기만 했다며칠이 지나고 이러다간 죽겠다 싶어밤 되면 식구들이 잠든 걸 확인하고몰래 울 밖 자두나무에 올라가 자두를 따먹었다동네가 다 나서도 서울 가긴 틀렸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그렇게 낮엔 굶고 밤으로는 자두로 배를 채웠다내 딴엔 세상에 나와 처음 벌인 사투였는데어느 날 밤 어머니가 문을 두드리며빈속에 그렇게 날것만 먹으면 탈 난다고몰래 누룽지를 넣어주던 날나는 ..
소멸에 대하여 1이성복거실 화장실 수건은 늘 아내가 갈아 두는데그 중에는 근래 직장에서 받은 입생 로랑이나랑세티 같은 외국물 먹은 것들도 있지만,1983년 상주녹동서원 중수 기념수건이나(그때 아버지는 도포에 유건 쓰고 가셨을 거다)1987년 강서구 청소년위원회 기념수건도 있다(당시 장인어른은 강서구청 총무국장이셨다)근래 받은 수건들이야 올이 도톰하고 기품 있는때깔도 여전하지만, 씨실과 날실만 남은 예전수건들은 오래 빨아 입은 내의처럼 속이 비친다하지만 수건! 그거 정말 무시 못할 것이더라1999년, 당뇨에 고혈압 앓던 우리 장인 일 년을못 끌고 돌아가시고, 2005년 우리 아버지도골절상 입고 삭아 가시다가 입안이 피투성이되어 돌아가셨어도, 그분들이 받아온 옛날수건은 앞으로도 몇 년이나 세면대 거울 옆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