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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엘리베이터를 타는 동안

감사공 2025. 3. 29. 21:18

엘리베이터를 타는 동안

김필영


코앞이 벽이다
득도하려는 것도 아닌데 차가운 벽 앞에서
눈을 감아야 하나, 떠야 하나
배꼽을 누르자 숫자가 바뀌는 램프
수직으로 내려오는 느낌이 낯설다
이윽고 벽이 갈라지고 벽 속으로 숨는 벽
벽이라 여겼던 문도 기다리면 열린다
좁은 공간에 아무도 없다
들어서자마자 저절로 닫히는 문
반사적으로 되돌아서 닫힌 벽을 본다
감금한 문이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문이다
순간, 누가 있는 것 같은 기척에 옆을 본다
어디서 본 듯한 사내, 누구냐는 듯 바라본다
웃을 줄도 모르는 저런 건조한 사내와 함께라니
얼른 숫자판을 바라본다
탔던 층에 꼼짝 않고 그대로 서 있다
가야 할 층의 버튼 누르는 걸 깜박 잊었구나
거울 속 벽에 갇힌 사내가 씨익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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