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엘리베이터를 타는 동안 본문
엘리베이터를 타는 동안
김필영
코앞이 벽이다
득도하려는 것도 아닌데 차가운 벽 앞에서
눈을 감아야 하나, 떠야 하나
배꼽을 누르자 숫자가 바뀌는 램프
수직으로 내려오는 느낌이 낯설다
이윽고 벽이 갈라지고 벽 속으로 숨는 벽
벽이라 여겼던 문도 기다리면 열린다
좁은 공간에 아무도 없다
들어서자마자 저절로 닫히는 문
반사적으로 되돌아서 닫힌 벽을 본다
감금한 문이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문이다
순간, 누가 있는 것 같은 기척에 옆을 본다
어디서 본 듯한 사내, 누구냐는 듯 바라본다
웃을 줄도 모르는 저런 건조한 사내와 함께라니
얼른 숫자판을 바라본다
탔던 층에 꼼짝 않고 그대로 서 있다
가야 할 층의 버튼 누르는 걸 깜박 잊었구나
거울 속 벽에 갇힌 사내가 씨익 웃는다
'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례식장 엘리베이터엔 거울이 없었으면 좋겠다 (0) | 2025.03.29 |
---|---|
냉이꽃 (0) | 2025.03.29 |
#칼럼 #한역시감상 (0) | 2025.03.26 |
옛날노래를 듣다 (0) | 2025.03.26 |
강촌에 살자 (0) | 2025.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