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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안쪽을 위하여 본문
안쪽을 위하여
정윤천
소싯적엔 신발 바깥쪽에 신경을 쓰곤 했던 것인데
요즘 들어서, 발가락에 자주 땀이 차는 걸 느끼면서
어쩌다 그렇게 신발의 안쪽을 들여다보게도 되었다
큽큽한 발 냄새가 먼저 와서 들키는가 싶더니
끌고 온 길들의 요철, 지난 시간의 버짐 같은 기억들이
껌처럼 들러붙어 있는 것을 마주치기도 한다
말하자면, 신발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
한때는 그렇게 바깥쪽을 향하여
온전히 빛이 나기를 바랐던 열망의 반대쪽에 자리한
순식간에 코를 싸쥐게도 하는 그것이
신발을 더더욱 신발답게 하는 안쪽의 일이었음을
유심한 마음으로 느껴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