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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집으로 가는 길 본문
집으로 가는 길
정호승
나 이 세상에 태어나
밥 한그릇 얻어먹었으면 그뿐
옷 한벌 얻어 입고
강물에 빨래 몇번 했으면 그뿐
해인사 장경각을 찾아오는 겨울바람처럼
주련 기둥에 머리를 기대고
젊은 날 한때
흐느껴 울었으면 그뿐
산다는 것이 탁발의 밥그릇 하나 들고
골목과 골목을 헤매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는 일이었을 뿐
지금은 아미타불이 헛기침을 하며
인간에게 사랑을 탁발하는 시간
밥그릇 하나하나에
새벽별들을 수북이 퍼담는 시간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세상의 밥이 되지 못했지만
팔만대장경을 쓰다듬으며 울고 가는
저 천년의 바람처럼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