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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조장鳥葬 본문
조장鳥葬
오탁번
담낭절제수술을 받았다
쓸개 빠진 놈이 됐으니
이제 줏대 없이 그냥저냥 살면 된다
그동안 줏대 있는 척 하느라고
무지무지 애먹었다
정치가 어떻고
문단이 어떻고
있는 꼴값 다 떨면서
가면과 복면 쓰고 죽을힘 썼는데
어휴!
속 시원하다
내 인생의 표리부동을 청산했다
내 몸에서 빠져나간
그 작은 쓸개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병원 폐기물 비닐봉지에 담겨
소각장으로 갔다가
다 분해되고도 좀 남아
땅속으로 스민 것은
두더지가 닁큼 물었을까
너무 써서 뱉어낸 쓸개 부스러기는
빗물에 섞여 흘러가다가
청계천 잉어밥이 되었을까
이보다 한발 앞서
비닐봉지를 뜯은 생쥐가
내 쓸개 물고 가다가
솔개한테 채였을까
저무는 저 하늘로
내 쓸개가 날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