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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못주머니 본문
못주머니
마경덕
군용 천막으로 만든 국방색 못주머니
목수인 아버지 허리에 매달려 살았다
나로도, 녹동, 광양, 거문도까지
파도를 넘어 일거리를 찾아 따라가던 못주머니
바쁠 땐 아버지 입이 못주머니였다
서너 개씩 입에 물리던 못들
망치 소리 빨라지면 입에 물린 못들도 하나씩 사라졌다
손에 박인 못자국과 비릿한 쇳내는 모두 못주머니에서 나왔다
탕, 탕 망치의 장단에 나무의 뼈가 이어지고
기둥이 서고
지붕이 덮이고
집들이 일어섰다
미송 나왕 소나무 편백
단단하고 여린 나무의 속살을 매섭게 파고들던
대못 무두못 실못 납작못
집 속으로 사라진 그 많은 못은
집의 뼈가 되어 돌아오지 않았다
늦은 밤, 지친 허리를 놓고
나무연장통으로 들어가던 초라한 못주머니
온갖 못들이 전대처럼 생긴 주머니에 우글거리며 살았지만
못에 찔린 상처와 먼지뿐
탈탈 털어도 땡전 한 푼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골목에 버린 다리 삐딱한 의자를 보면 문득,
꽝꽝 못질을 하고 싶다
그런 날은 오래전에 돌아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