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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국화 앞에서 본문
국화 앞에서
김재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 살아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꽃,
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꺾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인생을 끌고
묵묵히 견디어내는 것인지 모른다
* 태헌이 헌정하는 가곡 바이올린 연주곡 "들국화"
https://www.youtube.com/watch?v=sHVdi2A5A1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