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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수박 본문
수박
이기철
너무 쉽게 자백하는 범인처럼
그녀는 도마에 오르자
이내 속을 활짝 열어젖힌다
그녀의 심장은 붉고 무르다
나의 일도양단 앞에서
그녀가 지은 죄는 무엇인가
날을 밀어 넣기를 멈추자 그녀는 붉게 타오르며
자신은 햇빛을 훔친 죄
너무 많은 흙 속의 물을 탐낸 죄밖에 없다고,
더 있다면 풍성한 육체 속에
서른 혹은 마흔 개의
까만 씨를 은닉해 둔 죄밖에 없다고
진홍 과즙 한 되를 쏟으며 말한다
수박의 진홍 살을 먹으며
수박을 먹는 것은 흡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한다
그 넝쿨이 너무 멀리까지 넘본
둔부가 무거워 도망칠 수도 없는
너무 뚱뚱한 물의 몸
수박을 먹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