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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수박 본문

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수박

감사공 2023. 8. 6. 16:39

수박

이기철


너무 쉽게 자백하는 범인처럼
그녀는 도마에 오르자
이내 속을 활짝 열어젖힌다
그녀의 심장은 붉고 무르다
나의 일도양단 앞에서
그녀가 지은 죄는 무엇인가
날을 밀어 넣기를 멈추자 그녀는 붉게 타오르며
자신은 햇빛을 훔친 죄
너무 많은 흙 속의 물을 탐낸 죄밖에 없다고,
더 있다면 풍성한 육체 속에
서른 혹은 마흔 개의
까만 씨를 은닉해 둔 죄밖에 없다고
진홍 과즙 한 되를 쏟으며 말한다
수박의 진홍 살을 먹으며
수박을 먹는 것은 흡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한다
그 넝쿨이 너무 멀리까지 넘본
둔부가 무거워 도망칠 수도 없는
너무 뚱뚱한 물의 몸
수박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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