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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반세기 만에 걸려온 전화 본문
반세기 만에 걸려온 전화
임보
이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열두셋 때의 시골 초등학교 동창생으로부터
문득 걸려온 전화
저녁 식탁에서 홀로 매실주 한잔 마시고 있을 때
그것도 여자의 목소리
이름 밝히기를 머뭇거리면서
내 시를 읽고 전화를 했다는,
어렸을 때 공부도 잘했는데
출세해서 반갑다는 문안의 전화
시인이 무슨 출세인가 반문했지만
행복도 해라
시인을 아끼는 옛날의 친구가 있으니
시인이 된 것은 40년도 넘은데
얼마나 망설이다 이제야 전화를 했을까?
남자들 모임이 있으니
서로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더니
대답을 하지 않는다
둘이만 만나자고 했더라면 혹 허락했을까?
하기사 이제는 다 늙어빠진
두 늙은이가 만나서 무엇 하리
희미한 기억들을 더듬어 가며
친구들의 근황을 서로 묻고
배우자와 자손들을 묻고
좋아하는 음식을 묻고
그리고 돌아가는 길을 묻고
서로 손을 흔들며
더 쓸쓸한 가슴들이 되어 헤어질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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