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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개싸움

감사공 2023. 2. 12. 09:03

개싸움

이상국


나는 감춘 것도 별로 없고 그냥 사는 게 일인 사람인데 우리 동네 철대문집 개는 내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짖는다.

산책 갈 때도 그 집 대문에서 되도록이면 멀리 근신하며 지나가지만 매번 이제 됐다 싶은 지점에서 그가 담벼락을 무너뜨릴 듯 짖어대기 시작하면 뭔가 또 들킨 것처럼 가슴이 덜커덩한다.

나는 쓰레기도 철저히 가려서 내다 버리고 적십자회비도 제때 내며 법대로 사는 사람이지만 아무래도 그는 내 속의 ​누군가를 아는 것 같다.

그깟 개를 상대로 분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겁을 먹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것이 무엇이든 내 속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언짢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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