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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세(柳志世*朗惠)TISTORY

보리밥 본문

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보리밥

감사공 2023. 7. 1. 20:07

보리밥

조재도


밥솥 밑바닥에 보리쌀 촘촘히 깔고
어머니는 쌀 한 줌 한 가운데 놓았다
달걀노른자 같았다, 부글부글 밥이 끓어
고신내 구수하게 퍼지면
어머닌 눈부신 흰 쌀밥만 옴쏙 따로 퍼내었다
할아버지 밥이었다, 나머진 둥글넓적한 주걱으로
홰홰 설설 저어
한 그릇씩 뚝딱 퍼 담았다, 우리들 밥이었다
거뭇거뭇한 깡보리밥
씹을래도 이빨 사이에서 미끈덩미끈덩 미끄러지던 밥
찬물에 말면 낱낱이 풀어지던 헤식은 밥
풋고추 한 줌에 고추장 듬뿍 꿀맛 같던 밥
산초나무 기름에 애오이 썰어 넣고 썩썩 비비면
입안 가득 침부터 고여 오던 밥
그 보리밥을 
나를 키운
없어서 못 먹던
꺼끌꺼끌한 보리밥을
오늘 다시 먹네, 웰빙이다 뭐다 하는 식당에서
열두 가지 반찬에 이름뿐인 보리밥을
1인분은 팔지도 않는 보리밥을
옛 추억에 배부르게 먹네
저녁나절 노랗게 지던 해 그리워하며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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