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공 2023. 2. 9. 16:14

모닥불

이재무


살진 이슬이 내리는 
늦은 밤 변두리 공터에는 
세상 구르다 천덕꾸러기 된 
갖은 슬픔이 모여 웅성웅성 타고 있다 
서로의 몸 으스러지게 껴안고 
완전한 소멸 꿈꾸는 몸짓, 
하늘로 높게 불꽃 피워 올리고 있다 
슬픔이 크게 출렁일 때마다 
한 뭉텅이씩 잘려나가는 어둠 
노동 끝낸 거친 손들이 
상처에 상처 포개며 
쓸쓸히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