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공 2023. 2. 28. 19:49

변명


마종기


흐르는 물은 
외롭지 않은 줄 알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흔들며
예식의 춤과 노래로 빛나던 물길.

사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가볍게 보아온 세상의 흐름과 가버림.
오늘에야 내가 물이되어
물의 얼굴을 보게 되다니,

그러나 흐르는 물만으로는 다 대답할 수 없구나
엉뚱한 도시의 한 쪽을 가로질러 
길 이름도 방향도 모르는 채 흘러가느니
헤어지고 만나고 다시 헤어지는 우리.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마음도 알 것 같으다.
밤새 깨어 있는 물의 신호등,
끝내지 않는 물의 말소리도 알 것 같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