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調♤ <고시조> 유성원, 초당에 일이 없어
―·······【 古典♡香氣 】
♤時調♤ <고시조> 유성원, 초당에 일이 없어
황득 김한규추천 0조회 6422.10.28 07:04댓글 2북마크공유하기기능 더보기
<고시조>
초당에 일이 없어
유성원
초당(草堂)에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워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꿈에나 보려터니
문전(門前)에 수성어적(數聲漁笛)이 잠든 나를 깨와다
♣어구 풀이
-초당(草堂) : 안채와 떨어져 있으며 짚이나 띠풀로 지붕을 이은 딴 채
(조촐한 별채), 자기집을 낮추어 쓰는 말.
-태평성대(太平聖代) : 어진 임금이 다스리는 평화로운 시대.
-문전(門前) : 문 앞.
-보려터니 : 보려고 하였더니. 볼까 하였더니.
-수성어적(數聲漁笛) : 고기잡이 하는 사람들이 부는 몇 마디의 피리소리.
-깨와다 : 깨우도다의 옛말. 깨우는 구나.
♣해설
초장 : 초당(草堂)에 앉았어도 별로 하고 싶은 일이 없으므로 거문고를 베고
드러누워서
중장 : 살기 좋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속에서나 겪어 볼까 하였더니
종장 : 채 꿈도 이루기 전에 문밖에서 떠들썩하는 어부들의 노래소리가
잠들었던 나를 기어이 깨워놓고 마는구나.
♣감상
이 시조는 수양대군이 자기 조카 단종을 내치고 자신이 왕위에 오르기 위해
그 제1단계로 김종서(金宗瑞)를 암살(暗殺)한 것을 읊은 작품이라 한다. 수양대
군은 이어서 황보인(皇甫仁)과 동생인 안평대군을 죽이고 영의정에 올랐다가 2
년 후에 단종을 태치고 다시 그이듬해에는 성삼문 등 사육신을 살해했다. 중장
의 첫 구에서 말하는 ‘태평성대’란 지나간 세종조의 30여 년에 걸친 평화로웠던
시절을 가리키는 것이며, 종장의 어부의 피리소리는 피비린내 나는 수양대군의
권력투쟁의 소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모든 상황을 다 떨쳐버리고
잠을 청해 지나간 과거의 평화로웠던 추억을 되새겨 보려 하였으나 그것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음을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소개
유성원(柳誠源, ? ~1456): 자는 태초(太初), 호는 낭간(琅玕), 사육신의 한 사람.
세종 29년에 등과하여 집현전에 선입(選入)되었다. 수양대군이 김좃어 등을 죽이고,
그 공(功)을 주공(周公)에 견주어 집현전의 학사들에게 송덕문(頌德文)을 지으라 명
하자 다들 자리를 피하고 홀로 유성원만 남았다가 기초(起草)하기를 협박당하고는
집에 돌아가 통곡하였다고 한다. 단종 복위를 꾀하다가 탄로나게 되자 성균관사성
(成均館司成)으로 있던 그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 사당(祠堂)앞에서 자결(自決)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