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감사공 2025. 6. 22. 15:25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이상국

비가 오면
짐승들은 집에서 새끼들과 우두커니 
세상을 내다보고
공사판 인부들도 집으로 간다.
그러면 지구가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가 오면
마당의 빨래를 걷고
어머니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고
강을 건너던 날 낯선 마을의 불빛과
모르는 사람들의 수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안 가 본 데가 없는 비는
들을 지나고 징검다리를 건너와
추녀끝에서 누구를 기다리기도 한다.
빗소리에 더러 소식을 전하던 그대는
어디서 세상을 건너는지.

비가 온다.
비가 오면 낡은 집 어디에선가 물이 새고
물 새는 소리를 들으며
나의 시도 그만 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