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공 2025. 5. 24. 17:22

팽나무

이재무


어릴 적, 아부지의 회초리 되어
공부나 심부름에 게으른 날엔
종아리 파랗게 아프게 하고

식전부터 일 나가신 엄니 아부지
기다리다 지치는 날엔
동무보다 재미있는 장난감되어
하루해전 무료 달래어 주던

나의 선생 나의 누이인 나무

지금도, 안부 챙기러 고향 갈 적에
반쯤 허리 숙인 채
죽은 엄니 살았을 적 손길로
등 두드리는

이 세상 가장 인자한 어른

기쁠 때 쏟은 한 말의 웃음
설울 때 쏟은 한 가마 눈물
뿌리로 가지로 쑥쑥 자라는

우리 동네 제일로 오래된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