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공 2025. 3. 17. 12:55

광어에게

복효근


네 순한 생살을, 
생살을 뜯어먹고도 우리는 즐겁다 
술을 마시고 나는 
애써 말하지 않았지만 
오늘밤 나의 천국은 
네가 남기고 간 지옥인 것을…
누군가의, 무엇인가의 전생을 먹고 살아야 하는 비애여 
그 죄로 어느 세상에선가 
내가 누군가에게 생살을 바쳐야 한다면 
나도 내 안에 슬픔이랑 
외로움이랑 그런 독을 품지 않아야 할 것을…
꿈벅꿈벅 너는 이 독한 즐거움을 다 관찰하고 있구나 
너의 살을 먹으며 왜 내가 아프냐 
오늘밤 
너와 내가 헤엄쳐갈 저 미망의 바다엔 
별마저 뜨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