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공 2025. 2. 11. 18:12

겨울나무

정양


내 고향마을에는 
몇 백년 묵은 은행나무가 있거니
내가 이사와서 사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탑실마을
마을버스 종점에도
옮긴 지 몇 해 안 된 듯
아직도 버팀목을 두른 은행나무들
잎도 꽃도 열매도 다 떨군
앙상한 가지들 거느리고
찬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다
어쩌다 이 마을을 종점으로 삼아
제 피 도는 소리나 듣고 사냐고
잎도 꽃도 열매도 새소리도
짐 다 벗어 이제 홀가분하냐고
갈 길 급한 찬바람이 자꾸만
앙상한 가지를 흔들며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