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세상사는이야기 #현대시감상
감사공
2025. 2. 7. 10:49
세상사는이야기
#현대시감상
어젯밤에 도림천 고수부지에서 운동을 하다가 보게 된 벤치 위의 한 노숙인이 안쓰러워, 돌아오는 길에 입고 있던 패딩 점퍼를 벗어주고 왔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었던 탓에 귀가해서도 맘이 내내 편하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시를 뒤적이다가 아래 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자니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모든 것이 풍족한 듯해도 누군가에는 그 무엇이 몹시도 간절한 계절이 어디 겨울뿐일까만, 이제 내일이 입춘이니 겨울보다는 한결 나을 봄이 그 노숙인의 가슴에도 찾아들겠지요.
부디 딴 생각 하지 말고 봄바람처럼 따스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노숙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였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