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공 2025. 1. 15. 15:47

술꾼 봉도

이동순


흰 눈은 나려
고죽 마을을 덮었는데
새알산도 하얗고
밭엔 못 뽑은 배추가 그대로
눈 뒤집어썼는데

이런 날 봉도는 술 생각이 나서
땅 속에 어찌 누워 있나

속알못 쪽
봉도 무덤으로 가는 길도
이미 눈에 파묻혔다.

오늘 같은 날
봉도는 필시 누웠던 땅에서 일어나
머리에 눈을 맞으며
주막집으로 혼자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