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공 2024. 4. 29. 10:52

철길

이재무


서른 넘어 생긴 소원이 있다
서울서 사백리
부여서 시오리
내 고향 증각골까지
차표도 없이 불알 덜렁거리며
철길과 나란히 걸어보는 것
마냥 하세월로 걸어보는 것
서울은 너무 빠르다
눈이 아프고 귀가 시리다
철길에서 그리움을 배우고
기다림 또한 익혔으면서
아, 나는 어느새 핑계도 없이
철길과 멀어졌구나
돌아보면 비둘기열차처럼 늘 덜컹거리며
그래도 서른다섯 간이역
통과해온 눈물나는, 연착의 생이여
내 언제나 발에 잘 맞는 구두 벗고
서툴게 저 마음 환한 들길
걸을 것인가 서른 지나 생긴 소원
책도 종교도 없이 이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