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공 2024. 3. 7. 20:56

날 부르려거든

김종환

날 부르려거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하지 말고
"참소주 한 잔 사겠소"라고 말해주오.
좋은 술집 비싼 술이 아니라도 좋소.
시장안, 꼭 시장안이 아니라도 좋소.

돼지국밥집이나
순대국밥집이라면 더욱 좋소. 
술을 사겠다니 부담이 없어 좋지만
주머니엔 술 값을
넣어 가지고 가겠소.

마시다 보면 술값을
내가 낼 수도 있고
아니면 2차를 내가 내더라도
그게 술마시는 기분 아니겠소.

한 잔이라고 했지만
한 병씩은 먹읍시다.
그리고 기분이 통하면
한 병 더 시킵시다.

혹시 술값을 내가 내더라도
나무라지는 마오.
술 사려다 대접 받으니
그대가 좋을 것이고
대접 받으려다 내가 대접 했으니
내 기분도 좋을 것이라오.

날 부르려거든
그냥 "참소주 한 잔 사겠소"라고만 하소.
어제 과음했어도 나가리다.
내일 과음할 일이 있어도
오늘 저녁엔 나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