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공 2024. 1. 25. 14:58

멀미

이홍섭

어머니와 함께
아흔아홉 굽이 대관령 넘어 친척 집으로 가는 길

휘청거리는 버스 안에서
젊은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자꾸 말을 시키셨다

말 좀 해볼래
말 좀 해볼래

그러다보면
어느덧 버스는 대관령을 넘고
어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잠이 드시곤 했다

일흔 넘으시며
어디 한 군데 몸 성한 곳 없는
늙으신 어머니

삶은 굽이굽이 멀미 같은 것이어서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건네야 하는 것인데

말 좀 해볼래
말 좀 해볼래
조르던 어머니께서는
이제 말이 없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