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現代詩(姜聲尉 博士 제공)
선생님과 막걸리
감사공
2024. 1. 13. 15:43
선생님과 막걸리
최나혜
해가 중천에 있고 겨울은 시작되었다
네모난 창에 등을 대고 언덕 내리막길을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앙상한 미루나무 아래로 걸어 올라오시는 선생님
필경 우리 담임 선생님이셨다
울타리도 죄다 없어진 우리 집을 묻지도 않고 찾아오신 그 날
엄마는 신작로 중앙상회까지 내려가 오징어를 사왔다
콩콩 곤두박질 치는 심장은 곤로 속 심지보다 더 뜨거웠다
양조장집에 가서 막걸리를 두 됫박 넘게 받아오고
선생님은 오징어회를 맵지도 않은지 잘도 드셨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는 거지
나는 선생님이 떠난 후의 각오를 새롭게 했다
또 양은 주전자를 가지고 막걸리를 받아왔다
바닥에 쏟고 몇 번은 입을 대고 빨아먹었다
선생님은 두 번째 주전자마저 다 비우고서야 일어나셨다
무슨 말이 오갔을까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어디로든 도망쳐야 하는데
그날 밤 엄마는 아무말 없었다
그리고 한달 뒤 중학교 입학원서를 내 손에 쥐어주셨다
그날 느이 담임이 와서 가지도 않고 막걸리만 마셨는데
막걸리 잔을 비울 때마다 너는 꼭 공부시켜야 한다고 하더라
지긋지긋한 술
느 아버지도 모자라 이젠 담임까지 와서 술타령이냐
나의 은인 담임 선생님
아마 그때부터 술을 가까이 하신 것일까
슬픔의 강 너머로 나의 선생님이 손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