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공 2023. 10. 20. 12:25

코스모스

유창섭

모든 것 휩쓸려 내려간 척박한 땅,
가뭄도, 홍수도, 태풍에도,
끄떡없이 반쯤 뿌리 뽑혀 누운
허리 굽은 몸으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먼 산 너머로 눈길을 보낸다

하마 소식 한 줄 있을지 몰라

삶은 온통 기다림의 세월이라는 걸
겨우겨우 깨닫고 나서야
산 그림자 따라 나서는 가을 햇살에도,
아무도 없는 들길
어쩌다 만나 마주치는 눈길에도,
날려보내는 향

가장 낮은 바람에도 허리를 굽혀
흔들리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