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공 2023. 2. 15. 19:25

해 지는 들길에서

김용택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그늘도 묻히면
길가의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의 그대처럼
꽃들은 쉼 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춥지 않아도 되니
이 가을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지금 이대로 이 길을
한없이 걷고 싶고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하얀 풀꽃 
한 송이로 서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