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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반지
이선영
어느 날 손을 씻다가
손가락에서 미끄러져 나온 반지가 세면대의 배수구 속으로 사라졌다면,
미처 손써볼 새도 없이 아끼던 반지를 어이없이 잃어버렸다면,
그것이 그렇게 돼야만 할 반지의 운명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지가 손가락에 허술하게 끼워져 있던 것은 나의 부주의였고
배수구 속으로 영영 자취를 감추기 전에 반지를 붙들지 못한 것은 나의 실수 아니었던가
그 다음은 어떠했나
내 힘으론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쉽게 체념하고 위로하지 않았던가
세월이 흘러 새로운 반지를 손가락에 끼면서 문득
그때의 잃어버린 반지를 떠올린다
그것은 운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놓쳐버리는 장면이었다고